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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에 신비감은 더해가고...: [이집트 여행기 29] 룩소르 신전 작성자 이상기
파일 조회수 1423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에 신비감은 더해가고...: [이집트 여행기 29] 룩소르 신전
 
아문 신을 모신 또 하나의 신전 룩소르
 
룩소르 신전 평면도
ⓒ 이집트 관광청

 
예전에는 카르나크 신전에서 룩소르 신전까지 가는 길에 양과 사람 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도열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왕국이 무너지면서 신전 주변에 주민들이 거주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잇는 길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도 현재의 도로를 이용 룩소르 신전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룩소르 신전에 가까이 가자 길 옆으로 사람 머리 스핑크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신전 주변에만 스핑크스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표를 끊어 신전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바로 람세스 2세 신전 앞마당에 이르게 된다. 룩소르 신전은 스핑크스 참배로-앞마당-탑문-람세스 2세 신전-열주실-아메노피스 3세 신전-아문신 지성소로 이루어져 있다. 탑문 앞마당은 넥타네보(Nectanebo) 1세 때 만들어졌다. 이곳 스핑크스 참배로를 지나 카르나크 신전까지는 2.5㎞쯤 떨어져 있다. 
 
룩소르 신전 전면
ⓒ 이상기

 
앞마당을 지나 탑문(너비 65m, 높이 25m)으로 향하면 람세스 2세 오벨리스크와 석상이 보인다. 오벨리스크와 석상은 대칭으로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 세월의 흐름 속에 오벨리스크가 하나 없어졌다. 이 오벨리스크가 없어진 것은 1836년으로, 이집트의 술탄 무하마드 알리가 프랑스 황제 루이 필립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다. 그 오벨리스크는 현재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탑문 앞 파인 벽 사이로 4개의 입상이 서 있었는데, 현재는 하나 밖에 없다.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람세스 2세 좌상도 하나는 얼굴이 훼손되었다. 람세스 2세 좌상 옆 오벨리스크 하단에는 신전을 지키는 바분원숭이가 4마리 있고, 그 옆으로는 람세스 2세 두상이 있다. 이들 석상과 오벨리스크 뒤 탑문 벽에는 람세스 2세가 이끄는 이집트군이 히타이트군을 물리치는 모습이 부조되어 있다고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대열주실 앞의 람세스 2세 좌상
ⓒ 이상기

 
이제 우리는 탑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좌우에 파피루스 봉오리형 기둥이 늘어서 있고, 그 왼쪽으로 이상한 건물이 하나 들어앉아 있다. 이것은 이슬람 시대 지어진 아부 엘-하각(Abu el_Hagagg) 모스크다. 모스크가 전체 신전의 1/4을 점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에는 람세스 2세 신전을 이루는 파피루스 기둥과 파라오 석상들이 서 있다. 아! 그런데 안타깝게도 석상의 목이 많이 잘려나갔다.
 
이제 나는 대열주실로 가야 한다. 입구에는 역시 람세스 2세의 좌상이 좌우에 또 있다. 그런데 그 석상의 하단부 측면에 상하 이집트를 통일했음을 뜻하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석상 서쪽 편으로 아문과 무트신을 볼 수 있다. 아문과 무트는 부부 사이로 나란히 앉아 있다. 이들 부부는 콘수와 몬투 두 아들을 두었다. 이제 신전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대열주실
ⓒ 이상기

 
우리는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대열주실(높이 19m, 길이 52m)을 지나간다. 좌우로 7개씩 두 줄로 기둥이 이어지고, 가운데로 길이 나있다. 대열주실을 지나자 아메노피스 3세 신전의 커다란 안마당에 이른다. 이곳은 람세스 2세 신전과 달리 탁 트였다. 그래선지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 파피루스 다발형 기둥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이곳에서 나는 지나온 탑문 쪽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아문신 지성소 방향으로 나간다. 
 
조명에 신비감을 더 하는 지성소와 신전
 
그런데 입구에 로마시대 기둥과 그림을 볼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압시스(Apsis)로 불리는 타원형 입구다. 이곳이 4세기 경부터 콥틱교회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런 모양으로 조성되었다. 이곳 벽면에는 예수와 12제자 등 기독교 관련 프레스코화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들을 지나면 제물실(Opferhalle)과 탄생실(Geburtshalle)이 있고, 그것을 지나야 아문과 무트 그리고 콘수의 신당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아문신 지성소가 있다.
 
파라오가 황소 제물을 바치는 모습
ⓒ 이상기

 
제물실에는 파라오가 아문신에게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왕은 신에게 꽃과 향을 바친다. 그는 또한 빵과 고기, 우유를 바치기도 한다. 그리고 포도주를 바치기도 하는데, 그 장면 위에는 제물의 목록이 도표와 상형문자로 표현되어 있다. 대관식홀에서는 아메노피스 3세가 아문신 앞에 서서 그를 경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성소 뒤에는 이곳을 정복한 알렉산더 지성소가 있다.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제국이 지배하던 소아시아 지방을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기원전 332년 이집트를 정벌한다. 그곳에서 그는 자유를 가져다준 왕으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세계의 지배자이자 아문신의 아들로 추앙받았다. 그래선지 아문신 지성소의 일부가 알렉산더 지성소로 변형된 것이다. 이곳 벽에 알렉산더는 파라오로 묘사되고 있다. 그도 역시 아문신에게 제물을 바치며 무릎을 꿇고 있다.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신전
ⓒ 이상기

그리고 아문신 지성소 옆에는 대관식홀(Krönungssaal)이 있다. 이곳에서 파라오는 아문신의 신탁을 받아 대관식을 거행한다. 그러므로 벽에는 왕이 아문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아문신이 왕을 축복하는 모습이 부조되어 있다. 왕의 주변에는 파피루스 다발이 무성하다. 파피루스는 나일신 하피를 상징하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식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파피루스를 보기 어렵다.
 
이들을 보고 나오니 이제 신전 전체에 조명이 들어온다. 열주마다 아래에서 위로 빛이 비친다. 아메노피스 3세 신전 안마당을 지나면서 보니 파피루스 다발형 기둥이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저녁 어스름을 즐긴다. 나는 잠시 신전 밖으로 나가 기원전 1000년에서 500년 사이 이집트 유물들을 살펴본다. 이들에도 역시 카르투쉬가 새겨져 있고, 하토르가 보이고 호루스가 보인다. 종교와 삶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주실 벽에 그려진 오페트 축제 이야기
 
아문과 무트 석상
ⓒ 이상기

 
대 열주실에도 조명이 은은하게 비친다. 이번에 나는 대열주보다는 뒷벽에 그려진 부조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이곳에 오페트(Opet) 축제 이야기가 부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페트 축제는 신왕국시대 테베(Thebes)에서 행해진 가장 성대한 축제였다. 나일강 범람을 기념하는 축제로, 범람이 끝난 9월 중순부터 시작해 11일간 계속되었다. 나일강 범람은 대개 7월 중순에 시작되어 9월 중순에 끝난다.
 
이 축제는 기원전 1492년 투트모시스 2세의 대관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축제는 카르나크 신전에 있는 아문과 무트 그리고 콘수의 신상을 들고 나와 이들의 결혼식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카르나크 신전에서 툭소르 신전까지 아문과 무트가 백성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이때 자식인 콘수도 동행한다. 의식의 하이라이트는 이들 신이 룩소르 신전에 안치되는 것이다. 오페트 축제의 핵심 테마는 재탄생(Rebirth)이다. 그러므로 파라오도 이때 또 다시 대관식을 하게 된다. 
 
오페트 축제 부조
ⓒ 이상기

 
파라오는 오페트 축제를 거행하면서 아문과 라신을 다시 태어나도록 하고, 자신도 또 다시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권한과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축제를 통해 선과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이뤄지길 염원한다.
 
"기뻐하라, 온 세상이여. 좋은 시절이 왔다. 주님이 온 세상에 오셨다. 진실과 정의의 신 마트(Maat)가 되돌아왔다. 영생과 축복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 악한 자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욕심 부리는 자들은 멸시를 받을 것이다. 물은 더 이상 줄지 않고, 범람이 이루어질 것이다. 낮은 점점 길어지고, 밤은 짧아질 것이다. 다달이 순탄하게 지나가고, 신들은 평정심을 되찾고 편안해 질 것이다. 그럼 우리들도 웃으면서 경이로운 삶을 살 것이다."  
 
저녁식사 후 또 다시 나를 불러낸 룩소르 신전
 
룩소르 신전 야경
ⓒ 이상기

 
람세스 2세 신전은 이제 조명으로 찬란하다. 은은한 조명 속에 기둥과 신상이 더 웅장하고 신성해 보인다. 탑문을 빠져 나와 람세스 신상과 오벨리스크를 다시 보니 이들 역시 화려하다. 낮에 볼 때 신전이 이 세상의 것처럼 보이더니만, 밤에 보니 이들이 천국의 것처럼 느껴진다. 많은 관광객들이 신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역시 룩소르 신전에 더 머무르고 싶다. 
 
그렇지만 7시 30분에 저녁식사가 예약되어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크루즈선으로 향한다. 저녁을 먹고 난 나는 룩소르 신전이 궁금해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다. 룩소르 신전은 크루즈선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이번에는 나 혼자 신전을 보러 간다. 아직도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그렇지만 신전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나일강변 길을 따라가며 신전의 야경을 살펴본다.
 
룩소르 신전 야경
ⓒ 이상기

 
아직도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가 있고, 지나가는 나에게 1달러면 마차를 탈 수 있다고 호객행위를 한다. 또 영어를 할 수 있으면 술 한 잔 먹으로 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가이드로부터 그들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 나는 이들을 무시하고 신전의 외관을 찬찬히 살펴본다. 룩소르 신전은 멀리서 보니 대열주실이 정말 멋있다. 어둠과 노란 조명 속 기둥이 신성하게 느껴진다.
 
파피루스 다발형 기둥
ⓒ 이상기

 
그리고 파피루스 다발형 기둥으로 이루어진 아메노피스 3세 신전도 멋지다. 대열주실의 기둥과 파피루스 다발형 기둥은 다른 모습으로 정말 묘한 대비를 이룬다. 대열주와 탑문의 조화도 정말 멋지다. 역시 건물은 멀리서 또 높이서 볼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기구를 타고, 크루즈를 타는가 보다. 룩소르 야경, 보지 않으면 정말 후회하게 될 거다. 1300년대 중반 욱수르(Uqsur: 룩소르의 아랍식 표현)를 방문한 유명한 여행가 이븐 바투타(Ibn Batutah: 1304-1368)도 이렇게 멋진 야경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룩소르를 보지 않고는 이집트 문명을 말하지 마라: [이집트 여행기 28] 카르나크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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